나는 10대와 20대 때 모래내시장 근처 삼겹살 집에서 6년 간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고
솔잎이는 모래내시장 근처의 교회를 다니면서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를 자주 다녔던 곳이기도 하여
옛 기억을 살려 모래내시장 곱창골목을 방문했다.
평일이기도 하고
이른 퇴근 시간 이기도 했지만
인천에서 꽤 유명했던 곱창골목의 옛 명성은 많이 식은듯 했다.
예전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정말 북적북적 했었는데
문을 닫은 가게들도 많이 보였다.
코로나로 인한 여파가 아직도 남아있는 듯 했다.
모래내시장 곱창 골목안의 여러 가게들 중
우리는 솔잎이가 맛집이라고 추천한 주안제일곱창을 가기로 했다.
여긴 주안동이 아닌데 왜 주안제일곱창인지 모르겠다.
가게 안은 낡고 오래된 시골집에 온 기분이였다.
마루바닥에 좌식 테이블이 5 ~ 6개 정도 놓여져 있고
우측으로는 3~4개 정도의 의자에 앉아서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이 있었다.
메뉴판은 간단하다.
소곱창 관련 메뉴 3개, 돼지곱창 관련 메뉴 3개와
메뉴판에는 없는 볶음밥으로 구성되어있다.
번화가에 있는 여타 곱창관련 프랜차이즈보다는 확실히 저렴하고
정감이 가는 느낌이다.
이런 노포는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데
우리는 노포지만 청결하기만 하다면
즐겨찾는 편이다.
메뉴를 시키기도 전에 기다렸다는 듯이 에피타이져가 나온다.
맛보기 백곱창.
자리에 착석하기 무섭게 냄비부터 들고오신다.
메뉴판을 보고 실망하거나 딴 가게로 발을 돌리는 사람들을 잡기위한 전략일까.
아무튼 저 맛보기 백곱창이 상상이상으로 별미다.
양배추와 돼지곱창, 그리고 후추 소금간, 참기름, 다진마늘을 넣어 볶아 내는데
희한하게 저 양배추랑 곱창 조합이 기가막히게 어우러진다.
시작부터 입맛을 확 돋군다.
이 조합에 어떻게 술이 빠질 수 있을까.
우리는 원래 맥주파인데
오늘은 소주로 가야될 것 같다.
솔잎이는 맥주, 나는 소주.
이 집의 깍두기 또한
프랜차이즈 가게에서는 맛볼 수 없는
딱 봐도 직접 담군 깍두기 이다.
많이 달지 않고 적당히 매콤한 것이 곱창과 잘 어우러진다.
그렇게 한잔 씩 목을 축이다 보면
냄새부터가 고소해서 먹기도 전에 고소하고 매콤한 양이 코를 찌른다.
무엇보다도 저렴한 가격이 매력적이다.
이 정도의 양이 2만원이다.
솔직히 이정도 양이면 남자 셋이와서 소주 넉넉히먹고 밥 3개정도 볶아먹으면
충분히 배가 부를정도의 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소곱창 1인분
소곱창 1인분 추가.
남자 3명이 와서 배터지게 먹을 수 있을 양이라고 했지만
그것은 그들의 이야기.
우리의 위장은 우주다.
연육을 기가막히게 하셨는지
곱창이 야들야들하고 곱의 수율도 굉장히 만족스럽다.
소곱창이 비싸고 양적은 이유가 있다.
잘드시는 분들은
돼지전골 2인분에 소곱창 1인분,
간단하게 음주를 하는 조합이 천상의 조합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배가 불러도
배가 터져도 꼭 먹고 가야하는 볶음밥을 시켰다.
볶음밥은 특별한 맛은 없었다.
양념에 밥, 참기름, 김가루를 넣고 볶아 주시는데
특별하다기 보다는
뭔가 부족한 탄수화물을 채워 마무리를 해줌으로써
허전한 속이 꽉 채워져서 만족스러운 것 같은 느낌이다.
이렇게 바닥까지 쓱쓱 긁어서
야무지게 식사를 했다.
우리가 노포를 좋아해서 그런지 몰라도
뜨끈한 옛날식 방바닥에서
오래된 냄비위에 지글지글 끓는 전골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시끌시끌한 번화가에 젊은사람들이 가득한 곳에서
북적거리는 것 보다
확실히 매력이 있다.
물론, 그때 기분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이런 노포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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